이제야 봤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 보는 내내 흐뭇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건... 이미 그 시절을 지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듯 싶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건축학개론>과 비교가 된다. 둘 다 '첫사랑'과 '90년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지나온 시절을 담고 있기에 더욱 반갑고 가슴 절이게 그립다. 두 영화 중 더욱 그 시절로 데리고 가는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
작중 인물과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영화의 몰입도가 결정되듯 '첫사랑'이라는 소재는 풋풋한 그 시절에 몰입하게 만드는, 어설프면서 어리숙하지만 그래서 용서가 되는... 그러한 진정성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담고 있다. 바로 감독 구파도의 이야기라서. 그리고, 영화 속에서 그동안 내가 잃어버린 코드 하나를 발견했다. 경험!!!
문학에 미치도록 열병을 앓던 그 시절... 그때의 부족한 것은 경험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몸에 체득했지만, 예전같지 않은 열정에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를 이 영화는 깨닫게 한다. 나의 첫사랑... 조심스레 봉인된 추억의 보석함을 열어 보며 다음을 향한 디딤돌로 삼아야 할까?
'신춘문예'라는 5계절을 앓았던 11-12월 초. 십 여년 이상 놔버린 그 세계로 다시금 발을 내딛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고... '청춘!!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하기엔 내가 아직은 젊은 열정을 지닌 것 같기에 다시 도전해 본다. 십 여년 전에 놔버렸던 한 쪽의 문을 두드려 보고자 한다. 모 아니면 도!!!
영화 속 잔상이 계속 남는다. "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 "나도 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나도 커젠둥이가 남긴 대화처럼 내가 지나왔던 그 시절... 그 시절의 내가 좋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미래를 만나게 될 나도 좋아했으면 좋겠다. 독감 때문에 일주일간 앓다가 정신 좀 차린 지금... 다음을 바라봐야겠지?
- 이야기공장장, 문화건달 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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