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문화건달이 쓰는 상상공작소
2012년 12월 5일 - [영화] 26년
하문-꿈의사람
2013. 3. 16. 20:17
역사를 장식하고 있는 실존인물에 대한 내용이기에 조심스럽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왜곡된 시각으로 사실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답답하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좋지만, 타인의 시각들을 왜면하려고 하는, 나의 목소리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1980년 5월 18일의 아픔은 개인적으로 연관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 사건 속에 있던 사람들이 겪었던 PTSD는 엄청난 것임을 잘 안다. 가깝게는 이종사촌 이모부(지금은 돌아가셨다)가 그 아비규환같은 현장 속에서 탈출한 생존자였고, 국민학교(...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긴 했지만...) 동창은 그 상황을 직면한 역사의 증인이었다.
어렸을 때, 우리는 현재의 역사보단 과거의 역사를 배우는데 급급했고, 현재의 상황을 거론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단지, 학교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당시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북한에서 침투한 간첩들 폭동으로 게엄군이 진압해 우리는 안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다. 언론들 역시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내 국민학교 친구가 증언했던 광주의 사건은 끔찍하다 못해 엄청났고 그것을 선생님 몰래 비밀로 공유했다.
5·18이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바뀌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정치적인 죽음과 빨갱이라는 색깔론까지... 과연,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일까?
과거를 살펴보면, '명분'이 있는 전쟁은 무수히 많은 백성의 죽음은 당연한 죽음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은 왕으로 등극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5공화국 역시 나름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해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를 항의하는 광주 시민을 폭도로 포장하고 진압과 동시에 9월 1일 당당히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이 아니었던가. 1인의 장기집권을 배격하기 위하여 대통령임기를 7년으로 하고 중임을 금지한 법이 세워진 것이 천만다행.
권력을 동원해서 쿠데타로 성립한 군사독재정권이라는 사실과 부정부패와 민주화운동탄압, 고문 등의 인권유린행위로 얼룩진 과거라는 사실이다. 당시 <삼청교육대>를 다녀왔던 사람들의 억울함과 광주 시민들의 억울함은 한 사람의 욕망과 과욕이 일으킨 엄청난 결과가 아닐까?
MBC 드라마 <메이퀸>의 장도현 회장을 보면서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모습을 보면서 <제5공화국>이 겹쳐보녔다. 그리고 2007년 영화 <화려한 휴가>가 광주 시민 학살에 대한 내용을 담고 나올 때도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했다. 한 쪽에서는 이제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역사를 왜곡했다고 했다. 어떤 편으로 해석해도 좋지만, '사실'은 덮어두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 그 속에 들어있는 '진실' 만은 제대로 읽었으면 한다.
만약, 누군가 당신을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폭도>라 명명하고 무차별적으로 때리거나 죽인다면... 당신은 가만히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나도 모르는 '명분'으로 치장된 것이라면.
영화 <26년>과 함께 지금 상영중인 영화 <남영동 1985> 역시 제5공화국에 대한 이야기다. 고문기술자 이두한과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를 놓고 본.
이 두 영화의 차이는 뭘까?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누굴까? 어쩌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우리의 나약함은 아닐까? 수구다 진보다 떠드는 것은 좋지만, 무엇을 향한 구분일까?
개인적으로 정치적인 민감한 부분을 놓고 왈가불가하는 것이 싫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지나왔던 시간들(내가 성장했던 시절이기에)이 겹치면서 솟구치는 분노는 나로 하여금 뭔가를 긁적이게 만든다. 어쩌면 이 글을 올리고 후회할 수도....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과거사를 놓고 떠들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두 편의 영화가 여러 가지를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선거를 통해 역사의 왜곡이 아닌 '권력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영화 <26년> 속 그 사람의 대사 "요즘 젊은사람들이 나한테 대해서는 아직 감정이 안좋은가봐"와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광주는.. 총기를 들고 일어난 그.. 하나의 "폭동"이야. 그러니까 계엄군이기에 계엄군이 진압하지 않을 수 없잖아?". 계엄군이야 명령체제에 움직이는 군인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 명령을 내린 결정권자는 역사의 심판을 분명하게 받아야 할 것이다. 많은 재산을 은닉하고 통장 잔고 26만원이 전부라며 추징금 납부를 거부한 분이 책임을 져야할텐데...
암튼 영화를 본 뒤, 불편한 마음은 자고 나면 가라앉을 줄 알았으나... 여전해서 타임라인에 떡하니 올려 본다.
(뱀다리) 영화 <26년> 속 그 사람의 대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지난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에 참여한 전전대통령은 기자들과 가진 짧은 간담회에서 “카메라 기자들 보면 내 사진은 꼭 삐뚤어지게 찍는다. 인상 나쁘게.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대해서는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고 말했다. 당시 이를 보도했던 YTN 돌발영상은 자막에 “농담처럼 던졌지만… 농담처럼 안들리는…”이란 자막을 달았다. 또한, 1만 5천명이 제작두레로 참여하여 제작된 영화이다. ^^*
- 이야기공장장, 문화건달 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