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미디어 TODAY] 연극 아리랑 랩소디
즐거운 연희 속에 감춘 삶의 고난과 슬픈 노래, 아리랑 랩소디
- 삶과 죽음이 나누는 순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연극배우의 꿈- 냉정한 현실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을 위한 광시곡
먹고 사는 것이 각박한 세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주5일제 실시로 여가생활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국민 대부분은 TV시청, 낮잠, 산책 등 개인적이고 소극적인 활동으로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음을 <2012년 국민여가활동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생활 속에서 삶의 여유, 문화와 예술 활동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 어떤 것인지 연극 <아리랑 랩소디>가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창단한 극단 진일보(대표 김경익)의 첫번째 정기공연작 아리랑 랩소디는 1975년에 발표한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2003년 이윤택ㆍ김경익이 재구성한 <유랑극단 아리랑>을 근간으로 최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의 변주곡과 결합해 재탄생된 작품이다. 대학로 공연을 마치고 2013년 3월 12일부터 4월 14일까지 서대문 문화일보홀에서 연장공연중에 있다.
아리랑 랩소디는 나치의 통치를 받던 세르비아를 일제 치하의 조선으로 바꾸고, 유랑극단 대표는 토월회 박승희로 설정하고 많은 동포들이 일제의 핍박을 견디다 못해 북간도로 떠났던 것처럼 유랑극단도 북간도로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1929년 박승희의 <아리랑고개>와 맥을 같이 한다.
관객들이 본격적으로 관극하기 앞서 마음을 열게 하고 유랑극단 아리랑의 막간극과 연결되는 연희극은 차력, 줄 인형, 라이브 연주 및 합창, 마술 등을 통해 관객과 어울린다. 극중극에서 나운규의 <아리랑>이 대체되어 아리랑 랩소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또한 당시의 악극 등 녹음자료를 이용, 근대 신파극을 현대 연극 속에 녹여낸 작품으로 다양한 아리랑 변주곡은 더욱 관객들을 공연 속으로 이끈다.
“현실은 연극이 아니야”
“배우는 사람들이 왜 먹고 사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나무칼로는 쇠칼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단 말인가?”
‘유랑극단 아리랑’을 통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연극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삶과 죽음이 나뉘는 순간에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결국 예술이자 현실이며, 인간의 삶이 바로 하나의 연극작품’이라고 아리랑 랩소디는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전쟁의 상처를 동질감으로 갖고 있는 세대에게 기억을 자극시키고, 역사 속에서만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역경 속에도 예술의 혼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처해있는 연극적 현실을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꿈과 이상을 향해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권면한다.
또한, 오희준을 통해 지금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연극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통로로 삼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각박한 시대에도 존재했던 연극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연극과 현실이 뒤섞이고 충돌하는 과정 속에서 무거운 주제를 침울한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해학적 요소를 통해 재미를 선사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풍성하면서도 절제된 연극의 미학을 선보이는 배우들과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 이야기공장장, 문화건달 하문